최준원 2015. 7. 2. 09:03

광적팔경

 

내석 이방림

 

추교의 가을 달

 

휘영청 달 그림자 차가운 가을 하늘에 뜨니

비 개인 뒤 맑은 빛은 한결 같구나.

술잔을 멈추고 달에게 물었던 李太白의 뜻을 길손은 아는가 모르는가?

물가 누각이나 깊은 숲속이나 달빛은 어디나 같구나.

 

굴배의 맑은 바람

돌이 위아래로 만 년의 방을 만드니

엄연한 별세상의 오랜 천연 창고 되었구나.

남쪽에서 바람이 그침 없이 불어오니

우리로 하여금 시원함을 쏘이게 하는구나.

 

섬말의 외로운 연기

 

마을 모습은 섬 같고 물은 동쪽으로 흐르니

그 가운데 옛집은 마치 배와 같구나.

한 줄기 저녁 풍광 여기저기 피어오르고

먼 나무에 어둠이 드니 짙푸른 듯 그윽하구나.

 

흰 구름 위의 부처

 

오래된 옛 절터에 흰 구름이 서리고

의연한 부처상은 마치 나를 보듯하네.

비 오고 바람 불고 모두 몇 해나 흘렀을까?

이곳 햇빛 비낀 성 밖에 종소리 없음이 한스럽네.

 

복호 맑은 시내

 

산허리에 정자 하나 외지지만 그윽한데

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바위 안고 흐르네.

그 누가 알겠느냐? 훗날 천리 밖까지 흐르면

곧 큰 바다 되어 배도 띄울 수 있음을.

 

비암의 빠른 여울

 

계곡 입구에 시내이고 시내위에 산이로다.

세찬 물줄기 구불구불 흐르다 이따금 막히네.

십리밖에 내린 비가 소리마다 다급하니

돌과 모래가 구르고 뒤집히며 떠내려가고 돌아오지 못하네.

 

노고산에 띠 구름

 

산은 높지 않고 봉우리 또한 굽었는데

저녁을 틈타 구름이 더해져 층대를 이루었구나.

무심히 나간 곳에도 항상 자취를 남기고

아침저녁으로 돌아와 머물며 스스로 오고가네.

 

삼현의 가랑비

 

안개비속 산 그림자 오랫동안 개질 않네

가을바람에 해가 지니 길손의 지팡이 질 빠르네.

고목에서 들려오는 수리부엉이 울음은 소리마다 구슬프고

어둠은 희미하게 온 성을 뒤덮었네.